본문 바로가기
기타/일상다반사

세상에서 아버지 선물 사는게 제일 어려웠어요.

by 아라한 GO 2010. 10. 8.

얼마전 추석에 부산집을 다녀 왔습니다. 아버지가 워낙 음악을 좋아하셔서 이전에는 오디오를 좀 꾸미셨었는데 돈이 많이 들어가고 이제느 나이가 드니 귀찮으시다면서 MP3를 들으시더라구요.

쩝. 아무래도 CD로 듣는것 보다 MP3의 음질이 떨어질수 밖에 없죠. 그래서 작년에 이어폰을 하나 사다드렸습니다. 워낙 음악에는 꼼꼼하신 분이라 그쪽 방면으로 지식이 있는 친구를 적극활용해서 작년에는 좋은 평을 받았습니다.

<추억의 명기 아이리버 Imp-250, 아직 잘 돌아 갑니다.>


그런데 올해 내려가보니 이어폰을 다른걸 선물해 드리고 싶더라구요 ^^ 다른 선물도 좋치만 본인이 자주 활용하는걸 사 드리는게 제일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아...그런데 제가 관과 한것이 있었습니다. 아버지의 귀향, 꼼꼼함...이런걸 떠나서 아버지의 청음 수준이었습니다. 흑흑 ㅠㅠ...지난주에 고민고민 한끝에 쏘니에서 나오는 E888을 사서 보내 드렸습니다. 이거 선택하기 까지도 친구와 몇시간을 채팅하고 후보군을 선택한 다음에 고르고 골라서 선택을 했었습니다. 택배가 어제 도착을 하고 잠시 들어 보셨나 봅니다.


흐윽...완전 빠꾸 당했습니다. 물론 아직 에이징이 않된 상태이기는 한데 마음에 않드시는 모양이었나 봅니다. 이전에 쓰시던게 AKG K314라는 제품이었는데 이것과 비교를 하시면서 1시간 정도 통화를 했습니다. 핸드폰이 뜨거운 고구마처럼 후끈후끈해졌습니다. ㅠㅠ


<빠꾸 당한 나름 명기 E888>

그리고 나서 그 제품은 다행히 반품 처리 하기로 했습니다. (완전 민트급입니다. 반품전에 생각있으신 분들은 댓글 남겨 주세요~ 단돈 몇천원이라도 빼드리겠습니다. 단, 서울만 직거래 하겠습니다. ^^)



그때 부터 친구와 저는 고민에 빠졌습니다. 아...뭘 사야 하나 이어폰이 아시다 시피 소모품이기 때문에 너무 큰돈을 투자 할수도 없고...아버지도 그런건 반대하시고...

단, 조건은 있었습니다.


1. 커널은 싫다. 귀아푸다.

2. 볼륨컨트롤러가 있으면 좋겠다.


아...이 조건이 너무 너무 까다로웠습니다. 요즘은 거의 커널형이 대세라서 여기저기 다 검색 해봐도 찾기가 힘들더라구요. 친구랑 네이트로 대화를 하면서 쇼핑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건 어떠냐 저건 어떠냐...저는 사실 이어폰 잘 모릅니다. 그나마 이럴때 친구가 눈물나게 고맙더라구요.
사실 이친구도 어릴적 친구라 저의 아버지 성향을 좀 아는 편이라 생각하고 Sony E888을 선택한건데 실패를 맛보고 나니 둘다 초초해 지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제가 가끔 거래 했던 이어폰샵에 전화를 했습니다. 이래저래 하니 이어폰좀 추천해 주세요...흑흑...몇개 추천 받았습니다. 근데 너무 비쌉니다. 제 개이적이 기준에서는 비쌋습니다. 전부다 30만원대 전후반이더군요. 그래서 다시 친구랑 검색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도 실패하면 그 어려운 반품과 환불 과정을 거쳐야 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다시 꾸사리를 먹을수 없다는 각오로 우리가 가진 지식과 포털의 힘을 최대한 빌려서 죽도록 검색하고 상품비교하고 네이트로 정보를 주고 받았습니다.


드디어 찾았습니다. AKG-K319P라는 녀석입니다. 가격대가 좀 비싸기는 하지만 스펙이나 청음, 사용후기 등이 좋더라구요. 그리고 요즘 그렇게 찾기 힘들다는 볼륨 컨트롤러도 있었습니다. 이건 하늘이 주신 선물이어습니다. 저는 기쁜 마음으로 아버지에게 다시 전화를 드렸습니다. 만족 하시더군요...다행이 E888에 대한 실패는 만회할수 있을꺼라는 기대를 했습니다.



바로 저는 온라인 쇼핑몰로 가서 결재를 하려고 하는 찰라 사용후기가 하나 눈에 확...들어 왔습니다. "관리자님 왜 배송이 늦죠???" 흐억...재고가 없다는 겁니다. 10월 중순경이나 물량이 들어온다고 합니다. 아....이런 된장...하느님은 마지막에 이런 고통을 제게 주시는 것이었습니다. 다시 아버님에게 전화를 드렸습니다. 돌아온 대답...보통 아버님의 성격을 알기 때문에 예상질문을 생각하고 통화를 하는 편인데...이번에는 너무 성급하게 전화를 했습니다. 아버님 왈,  "그거 제품이 않좋아서 물량이 없는건가 아님 너무 좋아서 물량이 없는거냐?" 아...이런 제가 방심했었나 봅니다. 아...그 전에 제품 총괄 하는 곳에도 전화를 했었습니다. 한국에 아마 물량이 없을꺼라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잽싸게 아버지에게 대답했습니다. "인기가 좋아서 없는거 같다고~~~" 일단 잘 넘어 갔습니다....


이번에 산녀석은 제일 아버님의 귀를 즐겁게 해 드려야 하는데...오늘부터 기도 모드 입니다. 태어나서 이렇게 선물하면서 부담을 느낀적은 없는거 같습니다. 주는 즐거움 받는 즐거움...이런거 전혀 없습니다.


<우리의 희망, AKG-K319P - 거는 기대가 큽니다.>


주는 부담감, 빠꾸의 두려움...아...이놈 AKG-K319는 반드시 통과해야 되는데. 저와 제 친구의 쇼핑능력, 이어폰 고르는 실력이 고스란이 판가름 날 판입니다. 뭐...이런게 중요한거는 아니겠지만, 정말 선물 하면서 이렇게 힘든적은 없었던거 같습니다.


총통화시간 약 2시간, 쇼핑과 동시에 채팅시간 약 6시간~~~, 정말 긴박하게 돌아갔던 6시간 이었슴돠...제발 제발 이번에는 한방에 통과 되기를 ㅋㅋㅋ


**사건의 정리**

1. 추석날 이어폰을 사드린다고 함
2. 친구와 고민끝에 E888을 사서 보냄
3. 맘에 않드신다며, 박살남 (1시간통화)
4. 다시 후보군 물색 - 온갖지식 동원
5. 후보군 아버지에게 제출
6. 후보군 선정 통과
7. 쇼핑몰 검색 - 구입전 단계 재고 없음 발견
8. 아버지에게 통화 - 기다려 달라고 사정!




아...그리고 또하나의 교훈을 느꼇습니다.

1. 함부로 이어폰은 선물하는게 아니다. 특히나 음악을 좀 아시는 분들에게는 특히나 않됩니다. 소리에 대한 기대치가 다르기 때문에 나는 좋아도 상대방은 다르게 받아 들일수 있습니다.
2. 뭐든 둘이 함께 고민하면 된다. 물론 잘못된 선택을 할경우 두명다 싸그리 박살납니다.
3. 아버지에게 이어폰은 반품이 않된다고 할것...^^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