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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

자퇴 고대생을 통해본 대학의 쓸쓸한 잔상

by 아라한 GO 2010. 3. 12.
2009년 우리나라 고등학생의 대학에 진학하는 학생 비율이 84%에 육박하고 있으며, 심각한 "학력 인플레" 현상을 초래 하고 있다. 10명의 학생 중 8명은 어느 대학을 가더라도 일단 졸업장을 따기 위해서 입학은 한다는 소리다. 미국 등 해외 주요국의 대학 진학율이 50% 안팎에 머무는 것을 감안하면 대학 진학율에 있어서는 세계 최고일것이다.

▲ 대학진학률

어느새인가 대학 이라는 곳이 학문의 전당이 아닌 취업을 하기 위한 하나의 통과 의례처럼 변질 되어 버렸다. 그렇다고 대학을 나온 학생들의 취업율은 높은가? 그렇지도 않다. 어중간한 대학을 나와서는 갈곳도 없다. 정작 왕성하게 활동해야 할 젊은 시기에 바로 백수, 백조 부터 시작을 한다.

젊은 이들이 표류하고 있다. 학력은 높아지고, 갈곳은 없고. 좌절한다.

70~80년대 그당시는 우리나라 산업에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대졸, 고졸 이런 학력보다는 성실하고 근면하고 다른 사람보다 한시간 덜 자고 조금 덜먹고 하면 잘 살수 있는 그런 시절이었다. 이제는 다르다. 그 당시 산업을 일군 사람들은 이제 고위층 혹은 부유층으로 자리 잡았으며, 기득 세력이 되었다. 그들이 자리 잡은 영역에 다른 사람들이 들어오는것을 강력하게 거부한다. 논지에서 조금 벗어 날지 모르지만, 오늘날의 학생들이 최초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는 엄청나게 많은 장벽들이 놓여 있다. 학점, 토익, 어학연수 등. 그럼 이러한 것들이 갖추어 지면 잘되느냐? 그렇치도 않다. 다시 경쟁이다. 경쟁은 경쟁을 낳고 다시 새로운 경쟁을 시작한다.

꿈을 가지고 시작할 시점에서 은행과 나라에 빚을 진 채무자로 돈을 갚기 위해서 꿈을 꾼다는 사치를 버리고 돈 이라는 문명적 이기의 허울아래 과감히 몸을 던질수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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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발적 퇴교를 앞둔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3학년 김예슬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아니 거부한다
.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G(글로벌)세대로 ‘빛나거나’ 88만원 세대로 ‘빚내거나  그 양극화의 틈새에서 불안한 줄다리기를 하는 20, 뭔가 잘못된 것 같지만 어쩔 수 없다는 불안에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20
.

우리들의 다른 길은 이거밖에 없다는 마지막 믿음으로 이제 나의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

나는 25년간 긴 트랙을 질주해왔다
.

친구들을 넘어뜨린 것을 기뻐하면서 나를 앞질러 가는 친구들에 불안해하면서
.
그렇게 '명문대 입학'이라는 첫 관문을 통과했다
.

그런데 이상하다
.

더 거세게 채찍질해봐도 다리 힘이 빠지고 심장이 뛰지 않는다
.
지금 나는 멈춰서서 이 트랙을 바라보고 있다
.

저 끝에는 무엇이 있을까
?

취업이라는 두번째 관문을 통과시켜줄 자격증 꾸러미가 보인다
.
다시 새로운 자격증을 향한 경쟁이 시작될 것이다.

이제야 나는 알아차렸다. 내가 달리고 있는 곳이 끝이 없는 트랙임을.

이제 나의 적들의 이야기를 시작했다
.

이름만 남은 '자격증 장사 브로커'가 된 대학. 그것이 이 시대 대학의 진실이다
.
국가와 대학은 자본과 대기업의 '인간 제품'을 조달하는 하청업제가 되었다
.
기업은 더 비싼 가격표를 가진 자만이 접근할 수 있또록 온갖 새로운 자격증을 요구한다
.

10
년을 채 써먹을 수 없어 낡아 버려지고 우리들은 또 대학원에, 유학에 돌입한다
.
'
세계를 무대로 너의 능력만큼 자유하리라'  는 자유의 시대는 곧 자격증의 시대가 되어 버렸다. 졸업장도 없는 인생이, 자격증도 없는 인생 무엇을 할 수 있는가
?

큰 배움 없는 ‘大學 없는 대학'에서 우리 20대는 ‘적자세대’가 돼 부모 앞에 죄송하다
.
젊은 놈이 제 손으로 자기 밥을 벌지 못해 무력하다
.
스무살이 되어서도 꿈을 찾는게 꿈이어서 억울하다
.
언제까지 쫓아가야 하는지 불안하기만 하다
.

나는 대학과 기업과 국가, 그들의 큰 탓을 묻는다
.
그러나 동시에 내 작은 탓을 묻는다
.

이 사태에 가장 위약한 걱중 하나가 졸업장 인생인 나
.
나 자신임을 고백할 수 밖에 없다
.

그리하여 나는 오늘 대학을 거부한다
.
더 많이 쌓기만 하다가 내 삶이 시들어버리기 전에 쓸모 있는 상품으로 ‘간택’되지 않고 인간의 길을 ‘선택’하기 위해
.

이제 나에겐 이것들을 가질 자유보다는 이것들로부터의 자유가 더 필요하다
.
나는 길을 잃을 것이고 상처받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이 삶이기에 생각한대로 말하고
말한대로 행동하고

행동한 대로 살아내겠다는 용기를 내린다.

이제 대학과 자본의 이 거대한 탑에서 내 몫의 돌맹이 하나가 빠진다.
탑은 끄떡 없을 것이다
.
하지만 대학을 버리고 진정한 大學生의 첫발을 내딛는 한 인간이 태어난다
.

내가 거부한 것들과의 다음 싸움을 앞두고 말한다
.
그래, "누가 더 강한지 두고 볼 일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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