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기타/일상다반사

주차장을 만들기 위해 사라진 어린이 놀이터

by 아라한 GO 2010. 10. 21.


어린시절 놀이터에 친구들이랑 놀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도시에서만 자라다 보니 남들이 이야기 하는 자연속에서의 삶까지는 아니더라도 유일하게 흙을 밟으며 놀 수 있었던 곳이었습니다.



지금 사는 곳은 상계동 주공아파트 입니다.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단지가 오래되어서 주차공간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해 저녁시간이면 주차 문제 때문에 늘 불편함을 겪어야 하는 곳입니다. 그러다 보니 주민간의 다툼도 생기고 차를 손상시키고 몰래 도망가 버리는 일도 종종 발생하곤 하더라구요.



이런 주민들의 민원을 적극 받아 들였는지, 몇달전 공고문이 떳드라구요. 주차 공간 확보를 위해 어린이들이 많이 이용하지 않는 놀이터 2곳을 주차장으로 확보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상계 주공 같은 경우는 7호선을 중심으로 단지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서울 중심권으로의 진입이 용이한 곳이라 신혼부부들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은 곳입니다. 그리고 주말에 보면 제가본 다른 지역의 놀이터에 비해 상당히 많은 애들이 나와서 놀고 있습니다. 그래도 주차공간을 찾다보니 결국은 없는 공간은 만들수가 없을것이고 후보지에 오른곳이 놀이터 였나 봅니다.




이와 관련된 찬반 공고문이 붙었습니다. 쩝~ 내용이야 뭐 빤한것이고, 저는 공고문에 적힌 낙서를 보고 놀랐습니다. 어린이의 글씨로 적혀있었는데. 내용은 이러했습니다.


"순 지들(어른들) 맘대로 하고, 우리는 어디서 놀라고..."


이런 내용으로 봐서 어린이가 쓴게 맞겠죠...순간 좀 당혹스러웠습니다. 주차공간을 만들기 위해서 놀이터를 없애면서까지 만들어야 하는 생각도 들었구요. 아. 놀이터 2개를 뽀개면서 신식 어린이 놀이 공원을 하나 조성을 하더라구요. 근데 완전히 플라스틱으로 덮혀 있는 놀이 공간이라 저희는 잘 이용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가끔 비오는 날이나 햇볕이 강한 날에는 이상한 화학약품 냄새 같은 것이 좀 심하게 나기도 합니다. 하긴, 그 재료가 다 석유에서 뽑아서 생산한 것이니 그다지 좋지는 않을것이라 생각됩니다.



1명이 놀던 2명이 놀던 어린이 놀이터는 어린이들 입장에서는 그들만이 자유롭게 놀수 있는 공간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주차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 이용율이 저조하다는 이유로 없애버리는 것이 너무 어른들의 논리에 입각해서 일을 처리하는것은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실 저는 차가 없어서 이런 이야기 하면 욕먹을수도 있다는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주차장을 보면 거의 평일에는 차들이 움직이지를 않습니다. 보통 주말에만 잠시 이용하기 위해서 차를 구매 하시는 분들이 만으신거 같더라구요. 저두 4살 박이 딸아이가 있지만, 대중교통으로 움직이기 많이 편해진 세상입니다. 그렇다고 있는 차를 팔아라는 건아니구요 ^^



놀이터 2개가 사라지는 것과 낙서를 보고 참 기분이 찹찹 했습니다. 모든것을 어른들의 논리에서만 판단하고 실행하는 것은 아닌지, 놀이터를 없앴것이라면 어린이들의 이용율도 정확하게 판단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헌 놀이터 2개 주고 새 놀이터 1개를 받은 것이 좋을수도 있지만, 덕분에 흙을 밟을수 있는 공간은 더욱 줄어 들었습니다. 사람은 흙을 밟고 살아가야 한다고 하죠. 어린이들에게는 흙장난 만큼 재미난 것두 없구요.


주차공간 확보를 위해서 결국은 놀이터가 희생된 것이죠. 각각의 부모들은 자기 자녀가 자유롭게 뛰어놀고 건강하게 자라기를 바랄겁니다. 하지만 주차장이라는 편이성에 대한 문제에 접하게 되니 거의 모든 분들이 놀이터를 없애는 쪽으로 찬성을 하시더군요. 좀 모순일수는 있겠죠. 놀이터 하나가 그렇게 중요해서 포스팅까지 하냐 라고 하실수도 있지만 애들이 뛰어놀수 있는 공간이 없어져 버린다는것이 너무 않타깝기도 하고 이글을 읽으시는 분들의 동네에 놀이터를 뽀개고 주차장이나 다른 편이 시설을 지을때에 한번쯤은 생각해 보시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