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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타/일상다반사

아빠보다 택배 아저씨를 반기는 우리딸~

by 아라한 GO 2010. 11. 3.
제 어릴 때만해도 택배라는 제도가 전무했기 때문에 모든 선물의 배송은 우체국 소포를 많이 애용했었습니다. 그리고 핸폰, 삐삐가 나오기 이전이었기 때문에 편지를 통해서 서로의 안부나 소식을 전하고는 했습니다. 요즘은 너무 빠른 IT 축복속에 살아서 그런지 예전에 느꼈던 기다림에 대한 설렘이 많이 사라져 가는거 같습니다.



저도 현명한(?) 소비자가 되기 위해서 쇼핑을 하더라도 오프라인에서 물건을 확인하고 온라인에서 최저가격을 찾기 위해서 시간을 투자한 다음 상품을 구매하는 일이 잦아 졌습니다. 사실 요즘 온라인 쇼핑몰에서 않파는게 없을 정도니까요. 편리하기는 편리하죠. 집에 안자서 쇼핑하고 결재하고 배송방법도 결정할 수 있으니 말이죠.





아무래도 사회생활을 하다보니 우리딸과 함께 할수 없는 시간이 많습니다. 그러다 보니 뭔가 미안한 마음에 일과 중에 짬을 내서 온라인 쇼핑을 즐기기도 합니다. 뭐. 온라인 쇼핑 잘 하지는 않지만 하더라도 거의 딸 선물을 사기 위해서 할애한 시간이 거의 다 인거 같습니다. 자녀를 가지신 분들은 비슷하리라 생각됩니다. 내꺼 쇼핑 시간 보다는 자녀들 선물 사는데 시간을 많이 할애 할 겁니다. 물론 직접가서 가족끼리 쇼핑하면서 의견도 나누면서 사면 더 좋은데 실상 그게 쉽지만은 않더라구요.



온라인 쇼핑을 하면 거의 100%로 택배를 통해서 물건을 받게 됩니다. 아주 편리한 시스템이죠. 물론 택배 시스템도 좀 자세히 들여다 보면 문제가 많은건 사실입니다. ^^ 하지만 이런 문제 지적은 오늘 주제와는 맞지 않아서 과감히 패스~~~. 얼마전에도 장난감을 하나 구입했습니다. 택배가 보통 2~3일 이내로 도착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늦게 오더라구요. 뭐. 저는 그럴수도 있지 하면서 넘어갑니다. 그런데 정작 조바심이 난건 우리 딸이었습니다.



"아빠~~ 택배아저씨는 언제 오는거야?"



거의 매일 물어 보다시피 하더군요. 결국 물건은 잘 도착 했습니다. 그 장난감도 잘 가지고 놀고 좋아 하길래 저는 그렇게 이번 쇼핑도 성공했구나 하고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와이프가 저에게 충고를 해 주더군요. 이제 왠만하면 택배로 배송되더라도 경비실 맡겨서 자기가 가지고 왔으면 좋겠다구요. 딸이 아버지가 사주는데 선물에 대한 고마움을 잘 모르는거 같다면서 이야기를 하더라구요. 하긴 들어보니 맞는 말 같았습니다. 가끔 토요일날 쉬고 있을 때 택배가 배송되면 택배 아저씨한테 배꼽인사를 합니다. 정작 사준 사람은 저인데 우리딸의 눈에는 택배아저씨가 배송을 해 줬으니 제일 반갑고 고마운 사람으로 여겨 질 수도 있었을겁니다.



딸아이가 조금더 어릴때 와이프가 물어 봤답니다.

"이 장난감 누가 사준거야?"
"택배 아저씨가 사다 줬어!!!"

Oh, My GOD!!!
ㅠㅠ, 이건 뭔가 잘못됬어...



아버지가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떻게 선물을 사줬는지 보다 선물의 최종 배송자가 어린 딸아이에게는 중요한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 선물을 주는 사람의 기쁨과 받는 사람의 즐거움을 빼앗기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건 아닌것 같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왠만하면 택배는 경비실이나 회사로 받아서 제가 직접 들고 들어갑니다. 물론 좀 귀찮습니다. 그래도 작은 변화지만 교육 차원에서는 이렇게 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에서 과감히 변화를 준것이었습니다. 택배 아저씨에게 밀리기 싫었던 거죠 ^^.



선물을 택배아저씨가 배송을 하던 아버지가 주던 큰 문제가 아닐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어린딸의 입장에서 보면 어떻게 해서 구매를 했고, 누가 사줬고 하는 부분을 정확하게 가르쳐 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문명의 편리함이 우리 생활 깊숙이 들어와 있어 편리한 면도 많아 졌지만, 그 만큼 잃어 버리고 사는 것은 없는가 하는데 대한 반성도 필요한것 같습니다. 저는 아버지는 단지 돈만 벌어다 주고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 술먹고 들어오는 사람으로만 비춰지기는 싫습니다. 그렇게 살아간다는게 너무 서글퍼 지지 않습니까?

P.S 지입차량으로 추운 겨울에도 배송에 전념이신 모든 기사님들에게 감사드립니다.